어디서 인스타를 보는데 프랑스인들이 불평하는 것은 그들의 문화이고 실생활이라고 하더라고요? 전반적으로 그런 것 같습니다. 제 남편도 프랑스인이지만 사실 뭔가 여러 문화가 섞인 사람이라 딱 꼬집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20살이 채 되기도 전에 프랑스를 떠나 여러 나라의 언어 문화 유머 생활방식 등이 녹아있는 사람인지라 저에겐 이상하게도 프랑스인처럼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럼 한국인처럼 느껴진다는 말인가? ㅋㅋㅋ) 신기한 건 이 사람의 외모도 한 몫 했다는 말이죠...ㅋㅋ 미국 가면 미국인인 줄 알고, 호주 가면 호주인인 줄 알며.. 프랑스인들도 그이가 프랑스인인 줄 모르고 뒤에서 프랑스어로 험담하는 경우도 있었고요...ㅋㅋ 중동에 오니 이집트 사람이니, 레바논 사람이니, 요르단 사람이니..ㅋㅋㅋㅋㅋㅋ 아랍어로 말을 겁니다 ㅋㅋㅋ 저는 옆에서 너무 웃겨서 ㅋㅋㅋㅋ 진정한 천의 얼굴이라며ㅋㅋㅋ 두 엄지를 척 치켜세웠더랬죠.ㅋㅋㅋ 갑자기 프랑스 사람들의 불평 이야기 하다가 잠깐 말이 샜는데요. 예전에 프랑스에 살 때 핸드폰에 끄적여둔 메모가 있길래 한번 적어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운동 할 때 크로스핏, 수영, 산책, 조깅 등 땀 날 때 너무 기분 좋다. 잘하고 싶고 욕심도 난다. ....아무리 그 누가 내 기분을 망가뜨려도 다시 좋아진다. 그리고 나는 조절할 수 있다. 언어공부할 때 그리고 문득 내가 말을 유창하게 잘하고 있을 때, 기분이 좋다. 운동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그걸 몸이 안다. 정직하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보인다. 언어도 그렇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보이고 시간이 좀 걸려도 언젠가 말문이 탁 트이고 알아듣는 그 순간이 온다. 언제일지 모르는 그 순간에 답답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 나는 노력한 만큼 성과가 보이는 그런 걸 좋아하는 구나. 뭐 분명 타고나는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노력하면 다 해낼 수 있다는 점.
쌀쌀한데 시원한
꽃봉오리가 필 무렵
문득 생각지도 않게 꽃이 핀 나무를 봤을 때
참 일찍도 폈다
다른 나무들은 아직 준비중인데
성급하게도 세상에 일찍 나왔구나
그만큼 빨리 지겠지만
이른 봄의 기운을 느낄 수는 있겠지.
나 같은 사람들은 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너희들의 행보에
또 행복하고 두근두근 설레겠지.
고마워 사실은 이 말이 하고 싶어서
조금 일찍 꽃봉오리를 핀 너희 모습보고
내 마음에도 봄이 일찍 찾아온 것 같아서.
참 글이라는 게 신기해요. 다 흘려보냈다고 다짐했던 그 감정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걸 보니 이 글을 쓴 날 어떤 마음이었는지 생각이 나네요. 프랑스 참 좋아요. 로맨틱하고 아름답고 창의적이고 예술적이며 자연 친화적이며 운전할 때도 매너가 정말 최고죠 저의 첫 운전 연습은 홍콩이었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건 프랑스였는데, 초보 운전이었는데도 다들 여유있게 매너를 지키며 운전해서 그 때 잘 훈련받은 것 같아요~ 음식은 뭐 말할 것도 없죠. 빵에 버터만 발라먹어도 맛있고요~ 아웃도어 활동도 많고요~ 파리나 보르도 등 도시 쪽으로 가면 여러모로 위험해서 아쉽게도 이 모든 좋은 면을 다 누릴 수는 없겠으나...그래도 좋은 점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다만, 이 불평 문화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너의 감정은 숨기고 긍정적으로 살게 끔 훈련받아온 저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고 결국 감정받이가 되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부정적인 말, 불평 등에 숨겨진 어두컴컴한 감정들이 제 속에 켜켜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었죠. 그래서 스스로 리마인드를 해 주기 위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을 적었습니다. 그래도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주변을 둘러보니 꽃도 보이고요 날씨도 좋았고요
글의 힘은 대단해요. 위로를 해 주고 때로는 한 글자 한 글자에 녹아있는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대신 기억해줘요. 저 위의 글은 핸드폰에 기록해 둔 글이었고... 그나마 글이 따뜻합니다. 사실은 프랑스에서 매일 매일 수기로 작성한 일기는 전부...... 버렸답니다. 매일 일기 쓰는 습관이 있는 저는 항상 일기를 모아두는데, 유일하게 그때, 프랑스를 떠날 때 일기를 모조리 버렸습니다. 그 때의 부정적, 비판적 사고를 가졌던 제가 썩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기억하기 싫었나봅니다..ㅋㅋ 그리고 프랑스를 떠날 때즘에 알게 되었죠. 그건 제가 저의 속마음을 감추며 화를 조절하듯이, 그들은 속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내며 조절을 한다는 걸요. 그러고보니 뒤끝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좀 배워야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ㅋㅋ 어쩌면 저도 프랑스인 화 되어가는 중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ㅋㅋ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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