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 참 서럽습니다. 건강할 때는 별거 아니었던 것들도 막 속상해지고 슬퍼지고 쉽게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래도 만 4살때까지는 자주 아프잖아요~ 그때 딱 프랑스에 있을 시기였거든요. 또 딱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쓰고 다닐 때이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병원 가는 게 번거로웠습니다. 말도 잘 안통했고, 예약도 잘 안되는데다가, 예약을 해도 몇 개월은 기다려야했고요.. 한국에서 앱으로 예약하던 때를 생각하니 너무 번거로웠습니다. 병원 갈 때마다 남편 또는 시댁에 통역을 부탁하곤 했는데... 시댁에서는 애들 조금만 아프면 병원 데려가는 것에 대해 계속 쓴 소리를 했었죠. 그럼 저는 혼자 애 둘을 병 간호 하면서 잠도 못자고 매번 폐인처럼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낯선 땅에서 불안하지.. 또 애들이 왜 아픈지도 잘 모르고.. 초보 엄마가 뭘 알겠냐구요.. 병원가서 무슨 상황인지 빨리 의사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맞는 약을 쓰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거든요.그렇게 한창 아플 때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 모르겠더라고요. 유치원에 일주일 다녀오면 또 아파서 일주일 쉬고... 애들이 번갈아가면서 아프다보니까 저는 뭐.. 아플 시간도 없었지요. 그나마 체력이 좋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또 그 때 당시 우리 둘째아이가 천식기가 있어서 더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더랬죠.
프랑스는 3-4월 즈음 되면 꽃가루가 엄청 날립니다. 한 번은 차 위로 노랗게 뭐가 쌓인 거에요.. 마치 하얀 눈 쌓이듯이 차를 뒤덮었길래 물어봤더니 글쎄 꽃가루였더라고요. 이것 때문이었는지 우리 둘째 아이가 좀 고생을 했습니다. 다 나았다 싶으면 또 천식 흡입기에 약에 응급실에 뭐 난리도 아니었더랬죠. 소아 천식이라고 콧물 나기 시작하면 정말 순식간에 숨 쉴 때 쎅쎅 소리가 나고 심지어 밤에 말도 못할 정도로 숨을 못 쉬어서 급하게 응급실에 갔던 적도 있습니다. 그 때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도.. 아이도 어리고 자기 이름조차 말하지 못하는 둘째 아이의 상태를 보더니 간호사가 일사천리로 의사 선생님한테 데려다 주었죠. 너무 무서웠습니다. 겉으로는 아이를 다독이고 괜찮다고 엄마 옆에 있다고 그렇게 몇시간을 밤을 꼬박 샌채 괜찮은 척 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프랑스에서 떠날 때 천식이 걱정되어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오히려 중동에 가면 무더운 날씨 때문에 오히려 천식 증상이 좋아질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모래가 천식 증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하여 오히려 안심을 했더랬죠. 그리고 카타르에 온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갈 때까진 정말 거짓말처럼 별 증상이 없었던 지라 더더욱 안심했습니다. 프랑스에서 떠날 때 천식 흡입기와 약을 엄청 사왔는데 전부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려야 했으니까요 ㅎㅎㅎ 그리고 얼마 전부터 다시 조금 증상이 나타나더라고요... 환절기라서 그런걸까요~ 첫째까지 계속 기침을 해대는 통에 계속 잠을 못 자고 목 마사지 해주고 꿀 주고.. 계속 신경 쓰는 중입니다.
엄마는 아플 수가 없네요 정말.
애들 간호할 때 한번은 문득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나 어렸을 적 엄마가 아픈 걸 본 적이 있던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분명 아팠을 텐데요. 아팠더라도 엄마의 역할을 기어이 해내었던 거겠지요. 우리 나라에 살든 외국에 살든 엄마가 아플 시간이 없는 건 똑같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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