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산지 거의 14년 정도 되어 갑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나갈 생각을 하게 된 건 바로 대학교 때부터 입니다. 학교에서 주관하는 장학 제도 중에 학생들이 각 나라 문화 체험을 통해, 세계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팀별로 현장 조사 후 보고서를 작성하여 나중에 발표도 하였는데, 그 때 당시 비디오 콘텐츠도 만들고 팀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원서부터 면접까지 준비를 철저히 했었기에 딱 팀에 뽑혔을 때 너무 좋았습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지금도 이어지는 것 같고요. 남아시아, 서아시아, 중부 유럽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솔직히 다 가본 적이 없던 나라들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더랬죠. 그러다가 서아시아가 딱 끌리는 거에요. 뭔가 특이하고요. 지금 아니면 또 갈 기회가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렇게 서아시아에 지원합니다. 운이 정말 좋았죠. 마음이 잘 맞는 팀원들까지 만났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두바이-요르단-터키 2주 정도의 일정을 함께 하게 됩니다.
두바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9월이었던 것 같은데... 야외가 다 습식사우나 인거에요? ?? 이해가 되실까요? 날씨 자체가 너무 덥고 습해서 마치 습식 사우나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달까요? 좀 신세계여서 놀랐지만 이상하게 괜찮았어요. 원래 더위에도 강했고 땀 내는 것도 좋아했으니까요. 일정 내내 정말 더웠는데도 견딜만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요르단 공항에 도착했는데...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벌어집니다...
저만 입국이 안 되는거에요???
그렇게 요르단에서 4시간 가량 공항에 붙잡여 있었습니다. 왜냐구요?? 지금 생각해도 당황스럽습니다. 글쎄 제 이름이요...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던 겁니다. 근데 저는 중동에 처음 와봤거든요;;; 알고 보니 이전에 입국 금지 되었던 어느 한 중국인의 이름과 영어 표기가 동일해던 겁니다. 그렇게 현지 가이드 분과 저희 팀 담당자 선생님의 활약으로 (제가 그 중국인이 아니라는 점을 경찰서까지 가서 설명하고 증명했던 걸로 기억합니다..지금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럭키비키였습니다 !! ) 무사히 통과되었습니다. 입국허가를 받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지금은 너무도 익숙하지만 그 때는 모든 게 다 새로웠던 전통시작인 쑥 에도 갑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옆을 딱 돌아봤는데... 엄청 큰 양 머리가 진열되어 있어서 충격 받았더랬죠. 그래서 심리적인 이유로 지금도 양고기를 잘 먹지 못합니다. ;;; 그래도 제 입맛에 잘 맞았던 호무스 덕분에 입이 호강했고요. 붉은 사막 와디럼에서 1박 캠핑도 했고, 그 유명한 페트라도 갔습니다. 그 때의 저는 첫 중동 땅을 밟으면서 지금의 제가 여기서 살고 있을 줄 알았을까요?
5살때 였습니다. 설날만 되면 꼭 부모님이 언니랑 저랑 한복을 입혀서 경복궁에 데려갔습니다. 사람들도 많았지만 놀거리도 구경거리도 참 많았죠. 그 때 외국인들이 언니와 저를 보고 너무 예뻐해주시면서 같이 사진도 찍고, 빨간 봉투 "홍바오"를 주곤 했습니다. 한참 잊고 지내다가...성인이 되고 부모님 집 정리하다가 빨간 봉투를 발견합니다. 신기하게도 홍콩 돈이더라고요. 그 때까지도 나중에 제가 홍콩에서 살 줄은 몰랐을 겁니다. 지나고보니 뭔가 다 이어지는 것 같아서요. 이상하게도 하나의 실오라기라도 희미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언젠가부터 이 말도 참 좋아합니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요.
Things happen for a reason.
이 말을 곱씹어보면 일어날 일은 어찌됐든 일어나고 이 또한 지나가며 다 그럴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거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어떤 실패를 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하게 되고요. 다시 또 도전하기도 하고.. 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달까요? 그래서 생각합니다. 우연찮게 블로그를 쓰게 되었는데... 이 또한 다 이유가 있을거라고요. 처음엔 한번 해볼까? 망설였거든요. 별로 쓸 말이 없을 것 같기도 했고요. 근데 왠걸요ㅋㅋㅋㅋ 매일 매일 쓰고 싶은 글감이 훅훅 생각납니다. 내가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외국 살면서 한국어로 소통하는 게 그리웠나..ㅋㅋㅋ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여기가 나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애착이 갑니다. 막상 시작하니 너무 재밌습니다 ^^ 5년뒤 10년뒤 저는 또 지금의 저를 회상하겠죠? 훗
'에피소드 > 타국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가 좋은 이유 (1) | 2024.12.15 |
---|---|
나를 돌보는 방법. (3) | 2024.12.09 |
친구의 의미 (1) | 2024.11.22 |
엄마는 아플 시간도 없습니다. (3) | 2024.11.19 |
프랑스를 이해하다_불평불만 (3) | 2024.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