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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타국살이

캐나다: 애플시나몬 이야기

by minisha 2024.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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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홀튼. 

 

저한테는 캐나다하면 생각나는 곳입니다.

 

워킹홀리데이로 갔었는데 사실 학생 신분이었던 제게 저렴한 가격에 딱 먹기 좋고 맛있는 곳이었어요. 

 

커피가 구수하니 정말 제 입맛에 딱 맞았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여행하다가, 살다가 눈에 보이면 배가 안 고파도 딱히 안 땡겨도 그냥 들어가서 뭐라도 사먹고 커피 마셔요.

 

추억을 따라 이끌리듯 저 혼자 조용히 캐나다로 여행하고 오는 거겠지요.

 

또... 이 곳에 얽힌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캐나다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을 거에요. 영어도 잘 못했고, 매번 우물쭈물 했거든요. 그래도 제가 하고 있는 영어가 맞고 틀리든 그냥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제게 시련이 닥치죠..

 

그날도 어김없이 그 카페에 갔죠.

 

제 차례가 되어 주문하려고 보니, 파란머리에 코에 피어싱을 한 백인 여자가 팀홀튼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입고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라고요.

 

제가 애[P]플 [ʃ]시나몬 이라고 한국식(?)으로 정확하게(?) 발음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사나운 얼굴로 쳐다보면서...

 

 

“What?”

“What?”

 

“WHAT??” 

 

 

 

발음을 반복하면 반복할 수록 더 세게 왓!!!!이라고 물어봤더랍니다. 

 

별 생각 없던 제가 갑자기 목소리가 기어들어갔어요 결국 못 시켜먹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분명 제가 무엇을 원하는 지 알았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아닐 수도 있겠지만.

 

뭐 지금 생각해서 뭐하겠냐만은 제 머릿속에 각인되고 마음속에 커다란 스크래치를 낸 건 분명한 것 같네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걸 보면요~

 

속이 상하더라고요. 애플 시나몬을 못 먹은 것도 그렇지만 꼭 그렇게 사납게 굴어야했을까요. 내 발음이 문제였겠지만요?

 

누굴 탓하기도 싫더라고요. 답답하기도 하고요. 

 

다음 날 학원에 갔어요. (저는 그때도 다들 토익 토플 아이엘츠 등등 시험 준비할 때 회화 수업만 들었었답니다.)

 

그리고 웨일즈 출신이셨던 선생님께 어제 일을 말씀 드렸죠.

 

지금도 많이 생각나는 선생님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혼혈인 자녀가 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동양인의 마음을 조금 더 잘 이해해주셨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먼저 공감을 해주시더라고요.

 

많이 속상했겠구나 등등 얘기하시다가 갑자기 선생님이 오늘부로 애플시나몬을 완벽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모든 책상이 둥글게 배치되어있었고 선생님은 미용실에서 쓸 법한 그 동그랗고 돌아가는 의자(ㅋㅋ)에 앉아계셨었지요.

 

그래서 반 친구들한테 가까이 가서 일대일 대화하기가 쉬웠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갑자기 그 동그란 의자에 앉아 상체를 왼쪽으로 틀었다가 오른쪽으로 향하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콧노래를 시작하셨어요.

 

“앳쁠. 쓰이나몬! 앳쁠. 쓰이나몬!”

 

붉은기가 돌던 머리 색깔이 빛을 발하며 그 큰 눈으로 손 딱밤을 치며 노래를 부르시는데.. 순간 웃음이 나와서 속상했던 마음이 고새 다 사라지더라고요.

 

아, 캐나다에 저런 사람도 있으면 이런 분도 계시는 구나 하고 생각했죠.

 

Sea 발음이 안되어 자꾸 She로 발음하는 제게 정말 참을성 있게, 리듬감 있게 반복해서 알려주셨어요.

 

의사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발음이 중요하구나 새삼 느꼈고요. 

 

확실한 건..  그 선생님 덕분에 못된 얼굴로 왓!!! 화내던 그 알바생보다 선생님의 환한 얼굴이 더 또렷하게 기억이 나요. 

 

...

 

가만히 생각해보니.. 뭔가 배울 때 선생님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알바생 같이 버럭하는 선생님이 아니고 상대방을 공감하면서 재미를 더할 줄 아는 선생님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영어를 참 좋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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