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2월 오블완 챌린지 할 무렵, 구글 애드센스 신청을 합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나름 글을 쓰는 습관이 잡혔고, 블로그도 나름 전보다는 체계를 갖췄다는 생각에 겁 없이 덜컥 신청해 버립니다. 할까 말까 고민이 될 때는 그냥 하는 게 상책입니다. 뭐라도 해봐야 결과를 보고 피드백을 받아 다시 도전을 하든 포기를 하든 다음 단계를 해 볼 수 있으니까요. 오래 전 저의 좌우명 "하면 된다"를 떠올렸지요. 그리고 스킨 편집할 때 미리 자동 광고 세팅도 해놓고, 코드도 넣어 놨더니 광고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됐다! 아직 이메일은 안 받았지만 아무리 AI가 결정한다고 해도 이미 광고도 넣을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블로그는 조금이라도 유리하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고.. 깜깜 무소식일 무렵 뭔가 이상했습니다. 다른 블로그 찾아보니까 이메일도 받았다는데 저는 그렇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메일을 받습니다.
"사이트를 검토한 결과 안타깝게도 지금은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왜 한 번에 될 거라 생각했을까요? 지금까지 살면서 뭐든 한 번에 되는 건 잘 없었는데도 말이죠. 어떤 친구들은 운이 좋아서 또는 우연한 기회에 좋은 기회를 얻기도 하잖아요. 당첨이라는 말은 저에게 참 먼 단어였기에 기대 조차 하지 않는데 이번엔 좀 기대가 됐던 지라 실망도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이유는 첫 시도에는 안타깝게 실패할지라도 두 번째 때는 꼭 해내고 맙니다. 캐나다에서 라이프 가드 자격증을 땄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첫 번째 기초 기술 및 이론, 두 번째 응급처치, 제일 중요한 세 번째 수영장 라이프가드 과정에서 똑 하고 떨어집니다. 숫기도 없었고... 영어도 부족했을 뿐더러 수영 하는 내내 너무 힘들었죠. 도와줄 친구들도 없었더랬죠. 마지막 수업 후 지쳐있던 저는 선생님들과 자쿠지에서 미팅을 한 번 했죠. 엉엉 울었습니다. 캐나다에 살면서 운 적이 없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울었을 때가 바로 그 때입니다. 선생님들도 최대한 다독여 주려 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저를 데릴러 와줬던 고마운 포르투칼 호스트 아저씨가 갑자기 안 울던 애가 눈이 벌개서 차를 타니 ㅋㅋㅋㅋㅋ그 강한 포르투칼 액센트로 ㅋㅋ "you cry??? you cry?? " "너 울어!!!!? 너 울어!!!??"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면서 노발대발 누가 그랬냐며 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웃깁니다. 차 안에서 꺼억꺼억 울었거든요. 왜 한 번 울면 울음이 멈추지 않는 걸까요? 그렇게 살면서 감정 조절해라, 울지 마라 배웠는데도요. 감정이란 참 그렇습니다. 그리고 나서 집에 왔는데 호스트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을 보더니 두 팔 벌리면서
"give me a hug"
"안기렴"
이상하게도 눈물이 뚝 멈췄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개운했습니다. 울거 다 운 것 같아요. 다 울고 나니 울만한 가치가 있는 울음이었다 정의를 내렸습니다. 이제 결과가 나오는 정말 마지막 미팅 때 선생님들 찾아갔는데... 선생님 들 중 한 분도 되게 조심스럽게 떨어졌다고 말해주셨죠. 그렇게 지난 번에 눈물을 쏟아내던 애가 이번엔 체념하듯 웃으면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나오니 선생님도 이상했나봐요. 이제 집에 가려고 이미 건물을 나섰는데 문을 박차고 뛰어오시더니
"you know, OO, you failed."
저렇게 써 놓으니 오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모든 선생님들이 친절하시고 프로페셔널 하셨습니다.ㅋㅋㅋ 다만 불합격 통보를 받은 마지막 제 반응이 의아했나봐요 "아, 얘가 못 알아들었구나" 라는 생각에 뛰쳐나와서 더 짧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로... 다시 촌철살인을 하신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그땐 제가 상황이 웃겨서 안다고 알았다고 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사실 나오면서 이 생각만 났거든요.
"다음에 하면 나는 백퍼 합격이다."
그리고 다음 과정에서 보란듯이 합격하고 우리 포르투칼 가족도 함께 기뻐해 주었습니다. 영어도 정말 많이 늘었고요. 처음에는 무식하게도 매뉴얼 전체를 달달 외웠고, 분명 다른 애들보다 혼자 끙끙대며 공부도 많이 했을 거에요. 그리고 응용하는 게 많이 어려웠습니다. 그런 첫 번째 시도가 있었기에 두 번째 과정이 훨씬 더 수월했던 거죠. 그렇게 다 끝나고 나니 영어도 부쩍 늘었고, 자신감도 생기고... 무엇보다 성장해 있는 제 모습에 단연 하길 잘했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비슷한 경우가 또 있습니다. 체육교육과에 입학하려면 수능 후에도 실기시험을 봐야합니다. 저희는 6개의 종목이 있었고 각각 2번의 시도를 할 수 있었죠. 제가 원하는 대학교에는 주로 기능 위주의 종목이 많았습니다. 첫 날 세 종목, 둘째 날 세 종목 이렇게 이틀에 걸쳐서 실기 시험을 치렀습니다. 치는 내내 긴장했던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각각 두 번의 시도 중 첫 시도는 택도 없는 기록이거나 실수를 하거나 아님 실격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두 번째 때는 더욱 초 집중하여, 지금 실패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 라는 마음 가짐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죠. 나름 졸업여행도 못 가고 실기 준비에 박차를 가했던지라 정말 떨어지고 싶지 않았고, 간절히 바래왔던 학교였기에 더욱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점 지금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졸업식 날 교무실에서 담임 선생님 컴퓨터로... 합격 사실을 확인 했습니다. 그 때 당시 무서운 호랑이 학생 주임 선생님도 눈치를 채셨는지 저랑 눈이 마주칠 때까지 조용히 계시다가... 제가 고개를 들고 "선생님... 저 합격했어요." 라는 말에 함께 기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강당에서 졸업식이 시작될 무렵 학생 주임 선생님이 무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다들 고생했다. 다들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방금 교무실에서 OO도 합격 소식을 받았다. 입시가 다 끝난 학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니 끝까지 잘 기다려보고, 잘 안 되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또 도전해 보길 바란다.
쓰다 보니 자꾸 말이 길어집니다. 생각도 덩달아 많아집니다. 또 깨닫습니다. 어쩌면 저도 행운아에 속할 지도요. 복권 당첨은 안 될 지 언정 실패를 극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번에도 구글 애드센스에서 "가치가 없는 콘텐츠" 라는 피드백을 받고 조금 충격을 받긴 했지만 어떤 면을 더 집중해야 할지 공부하고 몰입했던 것 같습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블로그 디자인도 바꿔보고, 다른 블로그 보면서 정보도 얻고, 이런 글도 써보고 저런 글도 써보고요. 그런 제가 집에서 자꾸 타자 치고 있으니 남편도 좀 궁금했나봐요. 처음에 광고 신청을 한다고 했을 때는 " 오 그런 게 있어?" 그러면서 "좋은 생각이다. 열심히 해 봐" 응원해 주다가 떨어졌다고 하니... "정말? 글 소재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안타까워해 주더니 몇 주가 지나서야 다시 재 신청했다고 하니 별 반응이 없었달까요? ㅋㅋㅋ 그저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응원은 해 주는데... 더 이상 흥미가 떨어졌나봐요 ㅋㅋㅋㅋ 제가 한 번은 "자기 얘기를 쓰면 어떨까? 그럼 구독자 수도 늘고, 맘 같아선 책이라도 한 권 펴내고 싶은데 말이야." 그랬더니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러다가.. "그럼 쓰고 나서 나한테도 보여줘." ㅋㅋㅋㅋㅋㅋㅋ 한국어로 쓰는 데 어떻게 보려는지.. 아 그럼 이제부터 진지하게 한국어를 공부해 보면 되겠다ㅋㅋ 그러고 말았죠. 두 번째 신청했을 때는 아 이 쯤이면 되겠지 라는 생각에 덜컥 클릭했는데... 왠 걸 다음 날 바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이제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고요. 너무 기뻤습니다!! 사실 구독자 수도 별로 없고 조회수도 그닥 많지 않은지라 반신반의 했거든요. 설마 실수로 통과 시킨 건 아니겠죠....ㅋㅋㅋㅋ 모쪼록 허락 받아 다행입니다. 그래서 더 동기 부여가 되는 요즘 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요. 그래도 산 너머 산이라고... 광고가 블로그를 도배를 해서 ;;; 저 조차도 글 읽기가 어려워졌달까요. 아직 계속 공부중입니다. 배치라든지 블로그 편집 등 글의 방향성 등 연구해 봐야할 부분이 참 많네요. 이런 생각도 잠시, 남편이 한 마디 합니다.
"...오! 그럼 나 이제 일 그만해도 되는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you wish"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리가"
'에피소드 > 국제부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게 웃겨..? <유머코드> (0) | 2024.11.28 |
---|---|
블랙핑크 노래를 듣다가... (3) | 2024.11.10 |
몰래하는 틈새취미. (8) | 2024.11.06 |
모래에도 꽃이 핀다 (10) | 2024.10.28 |
우리 둘 만의 언어. (3) | 2024.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