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좋아한다는 말 대신 "웃기다"라는 말을 쓴대요. 이게 저의 호감의 표시 같다면서요. 그러고보니 맞는 거에요? 가끔 주변에서 한 말이 귀에 꽂힐 때가 있는데 이 말도 그 중의 하나였어요. 저에겐 학창시절부터 쭈욱 이어온 두 명의 단짝들이 있는데 제가 항상 코미디언 해라, 너무 웃기다고 매번 얘기하거든요. 지금 제 남편과의 첫 데이트 때도 이 사람이 이렇게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나 생각하며 자그마치 4시간동안 쉬지 않고 떠들어댔었죠. 그렇습니다. 저는 재밌는 사람이 좋습니다. 제가 진지하기 때문인가봐요. 저를 빵빵 웃게 해주는 사람들이 좋습니다. 지금의 제 남편은 쉬지 않고 한국식 아재개그부터 시작하여 섹시조크와 더불어 온갖 미국, 영국, 프랑스 유머가 섞인 정체모를 코미디를 바탕으로 또 저를 놀리고 또 놀리고.. 가만두질 않습니다. 너무 웃긴데.....ㅋㅋㅋ 솔직히 말하자면 음.. 한 90 퍼센트는 너무너무 웃긴데 한 10퍼센트 정도는.. "이해가 안가" "그게 웃겨?" 묻곤 합니다. 처음엔 내가 프랑스어를 잘 몰라서 그런가? 이런 생각도 해보고.. 영어 뜻은 알겠는데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제 그때 깨닫죠. 유머를 이해한다는 건 언어를 배우는 또 다른 영역이라고요. 문화적 배경을 이해한다든지, 직접 살아봐야 겪어봐야 아는 부분, 역사적 배경을 알고 있는 지 등.. 단순히 문법 단어가 아니더라고요. 아마 많은 사람들의 받았던 질문들 중 "의사소통은 잘 돼?" 가 아마 이런 뜻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말이 오고 가는 게 아닌 대화 속에 숨겨진 많은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들을 이야기 한 거 겠죠.
예를 들고 싶은데 그 때 그 때 던진 넝~담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꾸역꾸역 생각해 보자면, 저희 부부는 시간 날 때 한국 드라마를 챙겨봅니다. 그 중 도깨비 (Guardian)가 기억에 남습니다. (남편이 한국말을 하고 싶어하는데 저처럼 앉아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티비로 배웁니다..ㅋㅋㅋ 언어를 배우는 스타일이 전혀 다릅니다. ) 극 중 도깨비가 여동생한데 "못생겼다" 라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남편은 밑에 영어 자막을 보고 스토리를 따라가야하기 때문에 눈과 귀를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 볼 때 만큼은 둘이 말이 없어집니다 ㅋㅋㅋㅋ 그런데 ! 갑자기 리모콘으로 일시정지를 누르더니.. 저를 지그시 쳐다보며...
"못쌩겨따"
이러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잘 보고 있던 저는 왠 날벼락인가요. 이럴려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걸까요? 저의 억울함(?)과 동시에 이 상황이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 둘 다 진지하게 드라마 보던 와 중에 빵 터졌습니다. 자꾸 틈만 나면 저를 놀려대는 통에 혼이 쏙 나갑니다. 최근에는 "마이클 요" 라는 블라시안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쇼를 보는데 정말 너무 웃긴거에요. 이 분은 블랙+아시안 혼혈이고요. 센스있게 말, 표정, 몸짓으로 알아듣기 쉽게 말로 풀어서 코미디를 하십니다. 정말 굉장하더라고요. 남편한테도 알려주었죠. 정말 깔깔깔 웃는 거에요 ㅋㅋㅋㅋ 저는 더 깔깔깔깔 웃었죠. 특히 한국인 엄마 이야기 할 때가 제일 웃겼고요. 특히 세 인종이 섞인 자기 자녀들을 이야기 하면서...
"And they are black, white, and asian...We gave birth to Pandas"
코미디를 이어나가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지만 정말 대단한거에요. 천재인 줄 알았어요. 세 인종이 섞인 집합체를 판다라고 빗대어 이야기 하는데 생각하는 방향이 정말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검은색과 하얀색 털을 가진 판다는 중국의 상징이기도 하죠. (여기서 중국을 콕 집어 의미한 것보다는 판다가 아시아에서 왔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 같아요.) 남편이랑 마이클 요의 쇼를 보면서 같은 타이밍에 빵빵 터지곤 했는데 때 마침 남편 혼자 빵 터진 조크가 나오죠.
"....trust me I heard every stereotypical joke you could hear about being half black and half asian. Like a kid came up to me and went hey Yo, you know, you are the only guy that can steal a car..... and wreck it on the way home."
남편은 웃고 난리가 났는데... 저는 멀뚱멀뚱 "그게 웃겨? o_o? 뭐라는거야? " 알고보니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차를 훔치는 대부분의 인종이 흑인이라는 거에요? 또 아시안이 대부분 운전을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제서야 이해는 했지만 웃기지는 않더라고요 ㅋㅋㅋㅋㅋ이 조크가 웃긴 이유는 첫번째로 마이클요가 블라시안이기 때문이고요. 본인이 흑인이고 아시안인데 누가 이 조크를 비난할까요. 웃음으로 승화시킨거죠. 그리고 두번째는 저 조크의 배경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엄청 웃길 수 있겠죠. 저는 잘 몰라서...ㅋㅋㅋ 별로 안 웃겼습니다. 저거 빼고는 다 웃어재꼈지만요.
이런 상황이 몇 번 벌어지고 나면 다음 번에 이런 비슷한 종류의 유머가 나오면 둘다 같이 터지곤 합니다. 유머도 일종의 배움인가봐요. 어쩌면 유머코드를 맞춰가는 걸 수도 있겠죠. 처음엔 그이가 하는 모든 섹시 조크가 너무 불편한 거에요. 연애할 때만 해도 이 조크만큼은 잘 안 좋아하다가.... 결혼하고선 미친듯이 웃어댑니다. 참 ㅋㅋㅋㅋ 제가 흑화된 걸까요? 이렇게 유머코드가 맞춰지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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