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피소드/국제부부

모래에도 꽃이 핀다

by minisha 2024. 10. 28.
반응형

 

 

어느 부부에게나 기다려지는 순간일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잠이 들면 우리 부부도 소파에 앉아 때로는 차 한잔, 때로는 와인 한잔하며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영화, 드라마, 유튜브, 예능, 코미디쇼 등 장르 무관하게 그날 그날 보고 싶은 쇼를 찾아 봅니다.

 

 

요새 한국 드라마 너무 핫하죠?

 

 

제 남편은 생긴 것과 다르게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합니다. 

 

 

예전에 동백꽃 필무렵,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 가족멜로... 남편이랑 다 같이 봤습니다.

 

 

그리고 결국 야식으로 끝납니다..ㅋㅋ

 

 

이렇게 제 인생의 단짝 프랑스인 남편과 영어로 한국 드라마 이야기 하면서 각 그릇에 자기만의 스타일의 라면을 끓입니다.

 

 

남편은 치즈와 매운 소스를 듬뿍 넣고, 저는 깔끔하게 파송송 계란탁, 그리고 고춧가루로 마무리 합니다. 

 

 

처음엔 파스타를 먹으면 먹었지,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남편이었는데, 

 

 

같이 집에서 한잔하고 나면, 한국에 있을 땐 먹지 않던 라면을 끓여먹게 되더라고요. 

 

 

뜨뜻한 국물이 생각이 나는 건지,, 아님 외국에 살면서 한국이 그리운 건지, 아마 둘 다 였겠죠?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라면 하나에 김 하나에 행복이 더해지고 감사하게 됩니다. 

 

 

한번은 제가 라면 먹자고도 안했는데 ㅋㅋ 혼자 부엌에 가서 라면 끓여서 가져오는 남편보고ㅋㅋ 절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ㅋㅋㅋ

 

 

한국인 다됐다고 했죠 ㅋㅋ 본인도 뿌듯한지 씩 웃더라고요. 

 

 

아무래도 한국을 좋아하는 제 남편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뭐 와이프 나라인데 당연한거지 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외국인 남편이 아내의 나라에 관심이 많고 이해도가 높은 건 아니더라고요. 

 

 

언어도 음식도 문화도 정치 등 관심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내가 남편의 나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고요.  

 


 

 

처음으로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남편이랑 만나는 자리에서 엄마가 남편 먹는 걸 뚫어지게 쳐다보던 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식집에 갔는데 제일 먼저 남편의 젓가락질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고,

 

 

또 매운 생 고추를 그리고 뜨거운 국물을 땀 뻘뻘 흘리며 먹는 남편 모습 보고 사윗감으로 인정을 받았더랬죠. 

 

 

지금도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사정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한국말도 배웁니다. 

 

 

한번은 모래에도 꽃이 핀다 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한적한 바닷가 옆 시골, 동네 남자 이웃들끼리 매일 매일 한 집에 모여서 같이 운동하고 티비보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들이 나오거든요. 

 

 

그걸 보면서...

 

 

" 아 이거야! 나중에 나이 들어 은퇴하면 바닷가 근처에 이웃 친구들끼리 도란도란 살 부대끼며 저렇게 살고 싶어! "

 

 

 

 

 

" 응? o_o? "

 

 

 

한국에서 한번은 지나가다가 할머니 네분이 빨간색 코카콜라 의자에 앉아서 부채질하면서 길가에서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운데 밖에서 뭐하시는 건지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엔 별 생각없이 지나치던 저였고 궁금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그저 안녕하세요 인사 하고 그냥 지나갔었는데 남편이 물어보니까 저도 문득 궁금하더라고요. 

 

 

아마 어르신들만의 삶의 낙이자 사교의 장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날도 더우니 이웃들끼리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시간 보내는 걸꺼야"

 

 

남편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정말 보기 좋다고요.

 

 

나중에 우리도 나이들어서 저렇게 이웃들이랑 친구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요. 

 

 

친구들이 이웃이면 넘 좋겠지요. 

 

 

ㅎㅎㅎㅎㅎㅎ

 

 

보아하니... 제 남편은 진정 대한외국인이 되어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반응형

'에피소드 > 국제부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게 웃겨..? <유머코드>  (0) 2024.11.28
블랙핑크 노래를 듣다가...  (3) 2024.11.10
몰래하는 틈새취미.  (8) 2024.11.06
우리 둘만의 언어.  (3) 2024.10.19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요.  (4) 202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