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감히 말해보자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예전 홍콩에 살 때는 보통 영어, 광동어는 기본으로 하고 보통화까지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영어권 나라가 아닌 아이들, 예를 들면 한국 아이가 싱가포르에 가면 집에서는 한국어, 학교 또는 친구들이랑 놀 때 영어/중국어를 하니 자연스럽게 3개국어가 됩니다. 중동에 오니 아랍권 아이들은 아랍어와 영어는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고, 심지어 저희 아이들도 학교에서 아랍어를 배웁니다. 거기까진 바라지 않고요... ㅎㅎㅎ 한번은 차를 타고 가다가 둘째가 묻더라고요.
Papa! pourquoi tu parles en anglais avec maman ?
(아빠! 왜 엄마랑 영어로 말해?)
남편이랑 저랑 빵 터졌습니다. 저도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언어가 쭉 이어져오고 있으니까요. 한번은 제가 프랑스어로 대화를 시도해 보았는데요..ㅋㅋㅋ 남편이 답답했는지 그냥 영어로 하라며...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제가 뒷좌석에 둘째를 보며, 그럼 둘째도 엄마랑 영어로 할래? 장난스레 툭 던졌더랬죠 ㅋㅋ 그랬더니.. 아이가 하는 말이..
"나는 영어 싫어!"
???
응? ? 내가 너무 한국어와 프랑스어에만 신경썼었나? 남편도 저도 영어를 어느 정도 다 커서 배웠기 때문에 아이들도 자연스레 하겠지 생각했던 탓일까요. 조금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래도 언어는 아이한테 절대 강요하지 말자 (강요하고 싶어도...ㅋㅋ) 라는 마음을 매번 되새기는데... 그래도 직접 아이 입에서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음.. 둘째는 정말 프랑스인 인가 생각했죠.
"나는 한국어, 프랑스어 해. 영어는 싫어. 아랍어가 좋아. "
응? 이건 또...ㅋㅋㅋㅋ 집에서 아랍어로 노래 부르다가 숫자도 세고 그런 건 알았지만 이미 마음 속에 언어 순위가 정해져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웃고 넘어갔습니다. 만일 아이가 아랍어를 좋아한다면 아랍어 하는 친구들과 플레이데이트도 만들어주고 아랍어 연극이라던지.. 뭐 여러가지 활동을 시도해 볼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아랍어는 피드백을 줄 수도 없고 ...ㅋㅋㅋ 이게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관찰을 좀 더 해보려고요
오래전 언어에 대해 적어둔 메모를 보니.. 이런 내용이더라고요. 기계가 잘 작동하려면 계속 윤활유를 발라줘야 하잖아요. 그 과정, 계속 발라주는 과정이 언어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언어란 끊임없이 공부하는 과정이랄까요? 아무래도 언어에 대한 고민은 아이들에게만 제한되어있진 않은 가봐요.… 꾸준함이 답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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