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 합니다. 공부하는 줄도 모르고 스펀지처럼 막 흡수합니다. 한국 어린이집에 다니던 첫째가 처음 프랑스에 와서 프랑스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의 첫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당시 만 3살이었는데.. 할 줄 아는 말이 겨우 "봉쥬~" (안녕하세요) "쎄꽈싸?" (그게 뭐에요?) 두 마디 였습니다. 안 그래도 프랑스 학교는 아이들이 바글바글 한데, 첫날은 애들 데려다주러 교실 안까지 부모님과 같이 오기 때문에 더더욱 인산인해 였죠. 아이가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계속 봉쥬~쎄꽈싸 계속 두 마디만 반복하다가 선생님이 안 들어주니까 우앙 하고 울어버리더라고요. 안 그래도 낯선 환경에서 할 수 있는 말은 한정되어 있고, 선생님이 왜 내 말을 안 들어주는 지 이해를 하지 못했겠죠.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그 걱정도 잠시, 아이들은 금세 적응을 하더라고요. 첫 날 엉엉 울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프랑스어는 한국어를 능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왜 첫 날 선생님은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던 걸까요? 듣지 못했던 걸까요?
당시 사람들이 정말 많았으므로 못 들었을 경우가 가장 유력합니다만 여기서 저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프랑스는 어른들끼리 이야기할 때 어른들의 대화가 먼저이고, 특히나 아이가 중간에 끼어들면 아주 무례하게 보고 엄하게 가르칩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끼리 이야기 하다가도 대부분 아이들의 질문에 바로 답해주고 바로 요청에 응해주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이해하고 기다려줍니다. 저도 그렇게 자라왔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초스피드의 대응을 해주었으니까요. 그런데 프랑스는 이런 상황이 오면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끼리도 좀 멋쩍어하고, 기다려줄지 언정 교육자가(부모)가 아이들에게 대화할 땐 끼어들거나 대화의 흐름을 끊지 않는 다는 것을 가르치길 기대합니다. 사실 저도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프랑스로 이사온 후 아이들이 프랑스어를 할 줄 알게 되면서, 남편이 아이들의 이런 행동을 바로 파악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주 냉정하게 가르칩니다. 때로는 아이의 말을 무시하는 것도 같아서, 옆에서 보는 제가 너무 괴로웠습니다. 어쩔 줄 모르던 제가 결국 "엄마한테 말해" 라고 대꾸해주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요? 엄마는 바로 바로 대응해주는데.. 아빠는 또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남편과 저는 교육방식을 서로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의 대화 도중 아이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때 | |
1. | 아이는 슬그머니 엄마 아빠 옆으로 와서 손을 잡는다던지,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의 신체 접촉을 통해 우리만 아는 신호를 보낸다. |
2. | 엄마 아빠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와중에 "잠깐만 기다려" 라는 의미로 손을 맞잡아준다. |
3. |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아이에게 칭찬과 함께 요청에 바로 응해준다. |
본인이 이야기 하고 싶을 때 | |
1. | 다른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끊지 않는다. |
2. | 손을 번쩍 들어 자기 차례를 기다림과 동시에 이야기 하고 싶다는 걸 주변에 알린다. |
아이들이 두번째 언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하면서, 여러 마찰음이 생기기 시작한거죠. 단순히 바이링구얼이 마냥 좋고 쉬운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두 언어를 자유로이 구사한다는 것은 예절 교육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적 다름을 몸소 체험하게 되니까요. 어린 나이에 매번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닥드리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했었는데 프랑스에서는 안되네? 카타르에서는 이러면 안되는데 프랑스에서는 되네? 뭐 이런 여러가지 상황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트라이링구얼은 말할 것도 없겠죠.
...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는 천천히 포스팅 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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