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여행하는 게 좋았을 때는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습니다. 연초에 일단 가고 싶은 곳을 쭉 씁니다. 그리고 마치 퍼즐 맞추기 하듯 여행 기간을 맞춰봅니다. 안 맞는 기간인데도 꾸역꾸역 날짜를 맞추고 나면 티켓 부터 알아 봅니다. 티켓을 일단 사 놓으면 어찌 됐든 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왜 세부를 가게 되었을까요? 다이빙이 하고 싶었습니다. 바닷속이 궁금하기도 했고... 워낙 물을 좋아하기도 해서 일반 수영부터 생존 수영까지 가리지 않고 해 본 터라... 다이빙은 뭔가 색다른 분야 였달까요? 그리고 매번 이야기 하지만 뭐든 뭣 모를 때 해야 재밌고 경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때 이후로 다이빙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이제는 무섭습니다. 자연이 무섭고 그 신비로운 바닷 속에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수 많은 생물들이 살 테니까요. 그저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탈이 납니다. 팔라완을 갈까, 다른 곳도 가 볼까 고민도 잠시 그냥 끌리는 대로 세부로 결정합니다. 검색해 보니 다이빙 할 수 있는 곳도 꽤 많았습니다. 다이빙 교육을 받으면서 지낼 수 있는 리조트가 함께 있는 곳으로 골랐습니다. 지금이라면 절대 혼자 못 갈 여행인데,,, 그 때는 또 겁 없이 필리핀을 혼자 갔네요. 물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있었고, 나름 다이빙 교육을 받으러 간 것이어서 안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혼자 막 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닌 건 아니었으니까요. 리조트 내에서 맛있는 밥 먹고 때 되면 훈련 받으러 가고... ㅋㅋ 때 되면 사람들과 바다로 나가서 실전 다이빙 하고 다시 숙소로 들어와서 밥 먹고 사람들끼리 한 잔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격증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공부도 해야 했고, 현지에서 얻은 정보로 슈퍼도 다녀오고 말린 과일도 잔뜩 샀던 기억이 납니다.
다이빙 수업 받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바로 숨 쉬기 입니다. 다이빙 장비를 갖추고 호흡 연습을 하는데 어쩜 그리 낯선지 내가 수영을 하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감이 잘 안 오더라고요. 적응이 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괜찮아지긴 했습니다. 처음 배 타고 바다로 나가는 날 너무 신이 났습니다. 드디어 리조트 내 수영장을 벗어나 바닷 속 탐험을 할 수 있다니 일찌감치 마음의 준비는 끝난 상태였죠. 참고로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사실..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 인어공주의 광팬이었습니다. 디즈니 만화 영화가 나오는 매 주 일요일 아침 8시를 일주일 내내 기다렸습니다.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그 날은 항상 일찍 일어났죠. 인어 공주를 너무 좋아해서 비디오도 있었고 너무 자주 봐서 그 만화에 나오는 노래도 거의 외우다 시피 했는데... 그 때는 그 노래가 인어공주들의 언어인가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영어 였네요..ㅋㅋㅋ 제 방은 거의 인어공주로 가득 차 있었죠. 그런 때가 있었기에 우리 아이들이 몇 몇 만화 영화 또는 캐릭터에 푹 빠져있을 때, 너무도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ㅋㅋㅋㅋㅋ저도 어릴 적 꿈은 인어 공주 였거든요...ㅋㅋㅋㅋ (부끄럽습니다) 아리엘은 다른 언니 인어들보다 참 도전 정신이 강한 막내 였습니다. 빨간 머리의 15살 갓 된 아리엘이 생일 파티도 안 가고 바다 위로 올라가질 않나.... 호기심도 참 많고, 인간의 물건을 모으기도 하며 자기 사랑 찾아 바다를 떠난 다는 게 참 대단합니다. 저는 인어공주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그런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공주 라고 뭐 항상 고분고분 해야하나요? 그런 상상을 해 본적도 있습니다. 지하철 타고 지나가다가 바다 위가 보이는 구간이 있는데 그 때 어딘가에서 인어 공주가 점프하여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진 않을까 눈 여겨 보곤 했습니다. 마치 배 타고 가다가 운 좋으면 핑크 돌고래를 보는 것처럼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상상력은 줄어들었으나 어딘가에 인어공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직 조금은 남아있습니다. 결국 커넥팅 닷이라고...ㅋㅋ 인어공주가 무척 좋았던 저는 물이 좋았고, 수영을 했고, 덕분에 생존 수영도 하고 라이프가드 자격증도 땄으며 다이빙도 하러 왔다... 이런 내용일까요?ㅋㅋㅋㅋㅋㅋㅋ
다이빙 하는데 우리 중에는 우리 수업을 도와주는 다이빙 마스터 아저씨들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정해진 얕은 곳으로 줄 잡고 내려가 미리 꾸며 놓은 보물 상자 등을 구경하는 데, 갑자기 강사들끼리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문어가 출몰했거든요? 바닷 속에서 실제로 보니 엄청 크게 보입니다. 그 예전에 과학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납니다. 물 속에 들어가면 모든 물체가 다 크게 보이는 실험 말이죠. 바닷 속에서 물 안경 너머로 제 손을 보는데 정말 왕 손이었습니다..ㅋㅋㅋ 그 와중에 문어를 보니 너무 큰 거에요. 근데 그 때 모든 사람이 문어가 나타난 쪽 밑에서 제자리 수영을 하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그 다이빙 마스터 아저씨(필리핀 사람)가 맨 손으로 문어를 잡으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었거든요. 대단했습니다. 사실 문어를 잡아도 되나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누군가 그들에겐 생계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다이빙 하다가 문어 마주치면 횡재라고 했던 것도 같고요. 결국 문어가 먹물을 터뜨렸는데, 바다 속에서 먹물이 퍼지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모든 게 다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달까요? 그 마스터 아저씨가 결국 문어를 잡고 승리에 취해 누런 이를 활짝 공개한 모습까지... 마치 엔딩 장면 처럼 기억이 납니다.
저는 잠수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수영장 바닥에 배가 닿을랑 말랑한 높이에서 잠영하는 걸 즐겨하는데 그 이유는 참 조용하거든요~ 바닷 속은 얼마나 조용한지 무섭기도 합니다. 다이빙을 계속 하다 보면 좀 더 깊은 곳에도 가보고 싶고, 절벽 옆을 유영하며 바닷 속을 탐험하기도 하는 데 한번은 다이빙 하다가 위를 보는데 햇빛이 바로 비치는 거에요. 바닷 속에 있어서 눈을 찡그리지도 않아도 햇빛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게 참 좋았습니다. 언제 이렇게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 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치 제가 인어공주가 된 마냥 갑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지더라고요~ 바닷 속은 참 고요합니다. 우주가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기분 좋음을 한창 만끽할 무렵 누가 제 팔을 잡고 끌어 당겼습니다. 강사님이 다른 데로 가시려나 보다 하고 같이 수영해서 올라가는 데 배 위에서 들어보니, 제가 계속 가라앉고 있었대요?? 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온 몸이 오싹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정 미터 정도 깊게 들어가면 어딘가에 홀린 것처럼 판단력이 흐려지고 정신이 혼미해 지기도 한대요. 그 날이 다이빙 교육 마지막 날로 수심이 깊은 곳으로 들어갔던 날로 기억합니다.
질소 마취 :
수심 30 미터 이상 다이빙 할 때 술에 취한 것과 같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마티니 효과 (Martini's Effect):
수심 30미터 부터 10-15 미터씩 증가할 때마다 마티니 한 잔 마신 만큼 취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
자연이란 참으로 위대합니다. 방심했다가 큰 코 다칠 수 밖에요. 마티니 효과라고도 부른다니 술에 취한 걸로 비유하니 뭔가 더 이해가 잘 갑니다. 그래도 바닷 속에서 술에 취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요... 잠들면 큰일납니다;;; 상상만으로도 오싹합니다. 다이빙에 빠지면 어쩌면 야간 다이빙에 도전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에 보는 플랑크톤이 그렇게 반짝 반짝 예쁘다고 합니다. 굉장히 로맨틱해서 프로포즈를 하기도 한대요. 근데 저는 쫄보라 밤에는 다이빙 못 할 것 같습니다..ㅋㅋㅋㅋ 하루는 수업을 듣다가 강사님이 질문합니다. 바닷 속에서 만나면 뭐가 제일 무서울 것 같나요? 라는 질문에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상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강사님도 처음엔 그랬었는데 다이빙 하다 보니 상어의 약점이 코라 잠깐 방향만 바꿔주면 괜찮을 것도 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ㅋㅋㅋㅋ 이 강사님, 좀 심상치 않았습니다.ㅋㅋㅋ 그러면서 본인에게 제일 무서운 건 바닷 속에서 시체를 보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먼저 물고기들이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고, 또 바닷 속에서는 사람도 크게 보이니 실제로 마주하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고요. 게다가 물 속에서 시체가 서 있으면 특히나 더 건드리면 안 된다며... 도망가야 한다고 ㅜ ㅜ 너무 무서운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저는 이런 무서운 이야기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무시무시한 영화에 물 속 귀신들은 다 서있나 봅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멋지게 비키니라도 입고 찍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ㅋㅋㅋㅋ 안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도 함께요. 모쪼록 즐겁고 유익한 경험을 하고 온 세부 여행이었습니다. 다음 번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탔지만 그 이후로 다시 해 본 적이 없네요. 아마 스노쿨링은 해도 다이빙은 다시 못 할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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