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면 꼭 하는 것, 박물관을 가봅니다. 개인적으로 박물관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박물관/미술관 투어가 있는 날은 왠만하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습니다. 예술을 잘 몰라도 불멍하듯 몇 작품에 멍 때리고 있는 걸 좋아합니다. 작가의 의도가 뭐였을까 상상해 보면서 제목 맞추기 하다가... 마치 월리를 찾아라 처럼 그림 속 작은 그림들을 유심히 관찰해 봅니다. 예를 들면 사람의 손짓, 애완 동물, 주변 물건 등 말이죠.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찾아보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럼 속으로 "그럴 줄 알았어" 생각하죠. 그렇게 계속 걷다 보면 사실 모두가 추천하는 작품들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와야지 다짐하며 일정을 마무리 합니다. 아무리 미술을 잘 몰라도 다음 번에는 기억하고 싶어서 메모하며 설명을 듣습니다. 언젠가 프랑스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 갔을 때 가이드 님이 저의 열정적인? 그런 모습을 보며 어떤 작품이 제일 좋은지, 어떤 미술품을 위주로 구경 다니는 지 등등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런 저의 미술 취향?도 없이 그저 그날의 감정이 향하는 대로 구경하는 주의여서 제대로 답변을 못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다시 돌아다닌다면... 저의 취향이 좀 생겼을까요? 언제 또 그럴 기회가 올런지요 ?ㅎㅎㅎ 확인해 봐야겠는데요..? 하하 그나저나 그 메모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게 문제입니다... 잦은 이사는 자꾸 뭘 다 잃어버리고 맙니다. 이탈리아 여행 사진도 어디 갔는 지 모르겠습니다... ㅠ 다시 한번 블로그 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11년이 지난 지금 저의 기억력에 의존하며... 여행 기록을 다시 하고 있다는 게 놀랄 따름입니다.
하루 날 잡아서 바티칸 투어도 다녀왔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던 어느 이른 아침, 바티칸 시국 내로 들어가기 바로 전 근처 커피숍에서 잠이 확 달아날만한 찐한 에스프레소를 한 잔하고 들어갔습니다. 꽤 작고 허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에스프레소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항상 기억을 되돌려보면 배보다 배꼽이 큽니다. 정작 그 유명한 바티칸 투어 이야기를 하려는데, 그 쓰디 쓴 커피가 왜 머리 속을 맴도는 것일까요?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습니다만... 그 커피를 마시면서 열려있는 유리 문 밖을 바라보는데,, 동틀 무렵 빛을 서서히 받고 있는 바티칸 시국의 성벽이 마치 사진을 찍은 것 마냥 또렷하게 머리 속에 박혀있습니다. 이쯤되면 기억이라는 말보다 기억의 한 조각 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네요. 분명 세계에서 제일 작은 국가 인데도 들어가기 전부터 왠지 모를 웅장함에 감탄했던 것 같아요. 그 때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그런지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한 편으론 그런 생각도 합니다. 박물관도 미술관도 유적지도 다니다보면 종교 이야기가 참 많잖아요. 저는 종교가 없는 지라 사실 배경 지식이 잘 없는데... 뭐랄까, 신학을 공부하는 분들은 여행 다닐 때 몇 배는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왠지 신학 하면 무거울 것만 같은데, 재미나게 일반 상식처럼 배워놓으면... 특히나 여행 다닐 때, 유적지 돌아다닐 때 더 재미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나라는 확실히 불교 이야기가 많고, 다른 나라에 가면 기독교, 카톨릭 관련 건축물부터 그림 조각상 전부 종교 관련 된 게 많으니까요. 역사와 종교란 어쩌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일까요?
이탈리아에 간 김에 밀라노, 베네치아도 다 가보고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욕심 부리지 않기로 하고 로마와 가까운 피렌체 그리고 폼페이까지 가 보기로 정했습니다. 피렌체는 왠지 이름이 예쁩니다. 영어로 하면 플로렌스 이고요. 무엇보다도 피렌체에 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두오모 성당 입니다. 혼자 다니는 만큼 이럴 때는 투어가 참 편합니다. 아주 추웠던 날로 기억합니다. 정말 멋졌던 성당 외부, 내부 마저도 감탄을 금치 못했으나... 두오모 성당 꼭대기를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좁고 험했던 것 같습니다. 오르는 내내 호흡하며 두오모 쿠폴라에 도착했을 땐 마치 산 정상에 올랐을 때처럼 야호 하고 싶었었죠.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우피치 미술관 이고요. 미술관 가이드님을 쫓아다니며 설명을 열심히 들었었는데, 매번 강조하시던 메디치 가문이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이 납니다. 단테의 생가도 저녁 무렵 스치듯 지나치고요. 그렇게 유명하다는 티본 스테이크는 먹지 않았습니다. 지금 남편과 같이 간다면 분명 먹어보겠지요. 남편은 어느 여행을 가도 맛있고 특색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걸 좋아합니다. 맛집 기행은 아니어도... 적어도 그 여행에서 기념으로 남기고 싶은 건 그 곳의 분위기와 멋드러지는 음식 인거죠.
피렌체도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소를 구했는데, 호스트가 예술가 였던지라 숙소도 참 특색있었습니다. 색깔도 강렬했고, 벽에도 글씨를 휘갈겨 써 놓았더랬죠. 분명 사진을 찍어놓았을 텐데 말이죠.. ;; 그때도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방에서 나던 축축한 냄새도 기억이 납니다. 그 땐 이상하게 그런 냄새 마저도 그 예술가의 오묘한 분위기를 나타내주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인상이라도 찌푸렸을텐데 말이죠ㅋㅋ 그 분이 떠나기 전 평평한 조약돌에 그림을 그려서 주었는데 그 돌은 어디갔을까요..? 저는 부랴부랴 한국에서 들고 온 김과 햇반을 줬던 기억도 납니다. 너무 고맙게 받아줬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뭔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국을 상징하는 기념품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그 예술가 호스트가 피렌체는 가죽이 유명하다고 하여 구경도 할 겸 엄마한테 줄 선물도 찾을 겸 가죽 거리로 향합니다. 분명 우리 나라로 치면 어디 시장 같은 느낌일텐데 왜 이탈리아라고 하여 괜히 대단해 보이고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바로 여행이 주는 착각인 것도 같고요. 모르는 딴 세상은 다 새롭고 멋져보이는 현상이요.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여행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착각 속에 어떤 이탈리아 상인의 말빨?에 가방 하나를 삽니다. 가지고 있는 현금이 좀 빠듯했는데... 그래도 남은 여행을 위해 비상금으로 남겨놓을 것인가 아님 다신 오지 않을 이 기회에 그냥 지를 것인가?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오래 전 캐나다 룸메이트 였던 일본인 언니가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같이 시애틀 여행을 갔었는데, 아울렛에서 한정된 금액으로 사고 싶은 게 많았던 저는 자꾸 말도 안 되는 구매를 하려고 했었죠. 경제 관념이 확실했던? 그 언니가 갑자기 엄한 얼굴로ㅋㅋㅋ(엄청 하얗고 평소엔 항상 활짝 웃고 있었던지라) 손가락으로 딱 가리키며 대신 결정을 해 주었죠.
"이 금액으론 이 중에 이게 젤 예쁘고 실용적이야."
그리고 나중에 보니 일본 가서 패션 회사를 차렸더라고요. 지금도 드문드문 소셜 미디어로 피드를 구경하는데, 그 때의 센스와 추진력, 결정력? 무시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 가죽거리에서 결국 꼬깃꼬깃 접어 놓은 현금으로 가방을 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왜 막심한 후회가 밀려왔을까요. 꽤 오래 생각하고 결정했는데도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 고새 제 발걸음도 다시 그 가게로 향하고 있더라니까요. 환불을 하려고요;; 쭈뼛쭈뼛 그 아저씨한테 방금 샀다고... 환불해 달라고 얘기했는데 그 아저씨가 안된다는 거에요!!! 아니 왜요!! 말 싸움도 아닌 기싸움이 오고 가다가 그 아저씨가 그럼 여기에 이런 제품이 있는데, 이걸 사면 말도 안되는 저렴한 금액으로 할인을 해 준다는 거에요. 마치 원 플러스 원 처럼요. 순간 혹 한거있죠? 진짜 살 뻔 했어요...ㅋㅋㅋ 환불이 안 된다고 실랑이를 벌이던 그 화남이는 어느새 사라졌고요. 그 상인 아저씨는 저를 어르고 달래서 돌려 보냈습니다. 어쩜 그렇게 노련할까요. 그 가게를 나서는 데 "그래 엄마가 좋아할거야. 그거면 됐어." 이러고 나왔다니까요. 지금은 단칼에 자르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테지만 그 때는 참 어리버리 했던 저 입니다. 그래도 그 아저씨는 자기가 파는 제품에 대해서 확신이 있었던 것 같네요. 저는 아직도 어리버리한 걸까요? ...ㅋㅋ
살아있는 화석도시 폼페이 입니다. 여기도 너무 가 보고 싶었습니다. 온갖 모양의 화석을 보자마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저 모든 게 오래 전 다 살아있었다니요.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자연은 너무도 무섭습니다. 온 마을이 돌이 되 버리다니요.. 옛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메두사의 눈을 보면 돌이 되버린 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어쩌면 화석을 보고 그런 신화가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날은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가이드 님이 경사가 진 어딘가를 올라가는 길목에 멈춰서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돌과 돌사이, 옆으로 난 움푹 패인 이 곳은 뭘까요? 질문을 던지면서 신나하던 그 가이드 님의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 이 곳은 비가 많이 올 때 물이 빠져나가는 길입니다. 그 때 당시에도 이런 걸 생각하고 지었다는 게 대단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여기 있는 이 표시는 무엇일까요?"
누가 봐도 남자 성기 모양이었습니다. 음... 그 누구도 답변을 잘 하지 못할 무렵, 가이드 님은 또 신나서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이 마을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위한 표지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어떤 표지판이었을까요? ... ... 바로 사창가를 뜻하는 표시였습니다. "
가이드 님이 혼자 질문하시고 혼자 대답하는 시간이 이어졌지만 가이드 님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ㅎㅎㅎ 재밌는 이야기들도 정말 많이 해 주셨었는데 저는 확실히 말하는 것보다 듣고 생각하고 또 듣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몇 마디 나누진 않았지만 모든 폼페이 투어가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폼페이 가는 버스 안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신혼여행 온 커플들이었는데, 가이드 님이 지금부터 짝꿍을 찾으라며...ㅋㅋ 나폴리 피자 하나 시켜서 다른 한 명과 나눠 먹으라고 하셨습니닼ㅋㅋ 다른 한 명을 못 찾은 저는 저 혼자...나폴리 피자 하나 다 먹었다지요. 웃픕니다..ㅋㅋㅋ 아말피 해안 어딘가 들러서 따뜻한 햇빛도 마음껏 만끽했지요.이 지역에서는 써머타임이 오면 모두가 오전 근무 끝나고 밥 먹고 리몬첼로 한 잔씩 먹고 낮잠을 꼭 잔다던 이야기와 너무 맛있었던 어떤 아몬드, 그리고 살 수 만 있다면 한 가득 사고 싶었던 리몬첼로는 너무 맛있었습니다. 굉장히 맛이 강했지만 달콤하기도 해서 디저트 술로 정말 딱이었죠.
11년이 지난 지금도 꽤 많이 기억하고 있는 제가 참 대견합니다. 사진은 찾는 대로 더 보충하기로 하고... 이제는 여행 다녀오면 바로 바로 기록하는 걸로 재차 다짐해 봅니다.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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